식사후 기도에는 이런 뜻이 있어요

일상생활에서 우리가 가장 많이 하는 기도가 있다면 식사전과 후의 기도일 것입니다.

그런데 막상 식사를 하다 보면, 식사전 기도는 잘 지키면서 식사후 기도는 종종 깜빡하는 경우가 있습니다.

 

누구나 식사할 때는 음식 앞에서 배고픔을 느끼기 마련이고, 음식의 감사함과 소중함이 크게 다가오기 때문에 기도가 절로 나옵니다. 하지만 즐겁게 식사를 다 마친 후에 우리의 마음은 식사전과 다르게 베풀어 주신 모든 은혜를 까맣게 잊어버립니다.

 

의식을 하고 있지 않다면 이렇게 쉽게 놓칠 수 있는 기도가 바로 식사후 기도입니다.

그런데 사실 이 기도에는 교회의 중요한 가르침이 담겨있습니다. 

 

 

 

 

식사후 기도

 

• 전능하신 하느님

저희에게 베풀어 주신 모든 은혜에 감사합니다.

아멘.

 

• 주님의 이름은 찬미를 받으소서.

이제와 영원이 받으소서.

아멘.

 

• 세상을 떠난 모든 이가

하느님의 자비로 평화의 안식을 얻게 하소서.

아멘.

 

 

기도문을 보면, 음식을 맛있게 잘 먹었다는 등의 식사와 관련된 내용이 없습니다. 우리가 누리고 있는 모든 것이 바로 하느님께서 베풀어 주신 은혜이고, 이 은혜에 대해 찬미와 감사를 드리는 내용입니다.

그리고 세상을 떠나간 모든 이들을 기억하며 기도를 바칩니다.

 

옛날 어른들은, 자신을 위해 기도할 수 없는 연옥 영혼들이 밥상 밑에서 이 기도를 애타게 기다린다고 가르치면서 식사후 기도를 철저히 바쳤습니다. 연옥 영혼이란 가장 가난한 존재입니다. 스스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그래서 오직 살아있는 이들의 기도와 희생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가장 가난한 이들입니다.

 

 

 

 

식사후 기도는 단순히 우리가 한 끼를 배부르게 먹을 수 있음에 감사하다는 의미보다는 배부르게 먹어 포만감이 차오르는 순간에서도 하느님의 은혜와 가장 가난한 이들을 잊지 말라는 교회의 가르침을 담고 있습니다. 가톨릭 교회 사회 교리의 핵심을 담고 있는 이 기도 안에는 지금 나의 행복에 갇혀있지 말라는 뜻이 포함되어있는 것입니다.

 

교회의 관심과 선택은 늘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없는 가난한 이들 옆에 서는 것이었고, 이들의 아픈 자리에 함께 서서 아픈 현실과 세상의 불의에 맞서는 것이었습니다. 예수님이 그 어떤 정치적 이념을 내세우거나 제도 등을 만들지 않으셨던 것처럼 교회는 '정의가 무엇인가'를 논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아프고 고통 속에 있는 이들을 향하여 나아가는 것입니다.